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도시 속 무공해 삶] 17일부터 환경디자인展 여는 윤호섭 교수

  • 06.02.10 / 장상수


[한국일보 2006-02-09 19:00:28]

“냉장고 없이 불편하지 않냐고요? 전혀요.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사서 다 먹어버리는데요 뭘. 차갑게 먹고 싶을 땐 얼음 사다 넣고요.”
도시 속에서 무공해 삶을 살고 있는 국민대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윤호섭(63) 교수. 그는 냉장고 없이 산 지 3년째고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 지 5년째다. 수유동에서 학교까지는 자전거로 빨리 달리면 50분 걸린다. 차 타면 15분 걸리는 거리지만 에너지 절약을 위해 2004년 자가용을 폐차시켰다.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은 출근하는 아침시간 이란다.

“멈출 필요도 없지요, 볼거리도 많지요. 시장 통을 지날 때는 태국의 한 골목길을 관광하는 기분입니다. 새벽부터 활기가 넘치는 시장의 모습은 환상적이기까지 합니다.”

정말 그런 모양이다. 시장 얘기가 나오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는 ‘Everyday earthday (매일매일 지구의 날)’란 환경 메시지를 내걸고 15년간 생활 속에서 친환경적인 활동을 펼쳐온 걸어 다니는 환경운동가다. 그렇다고 그는 ‘자원 재활용’이나 ‘멸종위기 종 보존’을 절박하게 외쳐대지 않는다. 그냥 생활 속에서 조용히 행동에 옮길 뿐이다.

“우연한 기회였어요. 1991년, 세계 아동 5만 여명이 모이는 잼버리 대회를 설악산에서 개최했는 데 그때 포스터 제작을 했어요. 그 행사에서 만난 한 일본 대학생이 제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면서 친해졌지요. 그런데 그 친구가 지구생태계의 불균형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와 대화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 공부를 하게 됐지요.”

윤 교수는 1995년 조형대학 학장시절에는 아예 국민대학에 ‘환경과 디자인’이라는 필수과목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상생활로 범위를 넓혀갔다. 디자인 작품을 통한 친환경적 활동도 그 가운데 하나. 그의 작업 소재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 버려진 것에서 시작된다. 버려진 현수막으로 예쁜 가방을, 씹고 버린 껌들을 모아 껌 보드를 만들기도 하고 플라스틱 페인트 통을 의자로 바꾸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식물 추출 액으로 만든 천연물감만 쓰고 풀이나 옥수수, 미역 등 섬유질로 만든 종이를 사용하며 콩기름 잉크로 인쇄를 한다.

“2000년, 어느날 옷을 소재로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요. 그래서 갖고 있던 옷을 전부 꺼냈더니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지요. 옷이 200벌이 넘는 거예요. 이게 얼마나 낭비입니까? 그걸 다 입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날 그는 검정색 겨울 바지 하나와 여름 셔츠 두 개, 자켓 한 벌을 제외한 갖고 있던 모든 옷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줬다. 그때부터 지금껏 단벌신사다. 지저분해지면 빨아서 입으면 그만이다.

2년 후 퇴임하면 집도 팍 줄일 생각이다. 50~60평짜리 집에서 주변인들과 담쌓고 사는 식말고 집을 공공의 장소로 만들고 싶다. “산 주변에 땅을 파서 만든다든지, 아무튼 공간을 오픈해 언제든, 누구든 쉬어 갈수 있는 그런 장소 말이죠. 이 문제는 아직 가족들과 상의중이에요.”

윤호섭 교수는 17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제로원 디자인센터에서 지난 10년간 만든 환경 디자인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 멸종위기 종의 복원과 관련된 그래픽과 폐기되는 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작품, ‘타에 해롭지 않다’는 의미의 그린(green) 디자인 작업들이 그것들. 그와 대화 할 수 있는 시간도 매주 일요일 주어진다.

“계획이요? 없어요. 그저 매일매일 퍼포먼스를 하는 것 밖에요. 이 문제는 말로 ‘하자’해서 되는 게 아니라 실제 사례를 보여줘야지요.”

윤 교수는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닌데 혹시 그렇게 비춰질까 두렵다”며 말하는 내내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한 마지막 말은 이랬다.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지금보다 1%만 준다면 에너지 절약에 대단한 기여를 할 것 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겠지요. 또 하나의 꿈은, 먹는 옷이나 옷으로 된 컴퓨터 등을 만드는 겁니다. 옷을 입다가 버릴 때가 되면 그냥 먹어버리고…. 엄청난 자원절약이 될 것 같지 않습니까?”

<윤호섭 교수는 1943년 서울 사간동에서 태어나 서울사대부고, 서울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했다. 1968년부터 합동통신사 광고 기획실(현재 오리콤)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했고 1976년부터 대우기획조정실 제작부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했다. 1982년부터 현재까지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대자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91년 세계잼버리대회 이후 교육과 환경, 디자인과 환경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학생들과 함께 환경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디자인물을 개발하고 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전 시 명 : 윤호섭이 만드는 하루하루의 녹색 메세지
              Design and Order in everyday Life
기     간 : 2006년 2월 17일(금) ~4월 2일(일)
            * 전시관람 AM 11:00~PM 7:00
            * 전시 기간 중 휴관 없음
개     막 : 2006년 2월 17일 (금)PM 6:00 ~ 8:00
장     소 : 대학로 제로원 디자인센터
대     상 : 미취학 어린이, 초/중/고생 및 교육계 종사자
              환경 및 디자인 관련 전공자, 관련 종사자 및 일반인
참 가 비 : 무료 (전시 및 부대행사 모두)
부대행사 : 작가와의 대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어린이 녹색생활 워크샵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4시)

주     최 : 국민대학교
주     관 : 국민대 제로원 디자인센터
후     원 : 디자인 정글, 두성종이, 네이트 시스템
[도시 속 무공해 삶] 17일부터 환경디자인展 여는 윤호섭 교수


[한국일보 2006-02-09 19:00:28]

“냉장고 없이 불편하지 않냐고요? 전혀요.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사서 다 먹어버리는데요 뭘. 차갑게 먹고 싶을 땐 얼음 사다 넣고요.”
도시 속에서 무공해 삶을 살고 있는 국민대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윤호섭(63) 교수. 그는 냉장고 없이 산 지 3년째고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 지 5년째다. 수유동에서 학교까지는 자전거로 빨리 달리면 50분 걸린다. 차 타면 15분 걸리는 거리지만 에너지 절약을 위해 2004년 자가용을 폐차시켰다.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은 출근하는 아침시간 이란다.

“멈출 필요도 없지요, 볼거리도 많지요. 시장 통을 지날 때는 태국의 한 골목길을 관광하는 기분입니다. 새벽부터 활기가 넘치는 시장의 모습은 환상적이기까지 합니다.”

정말 그런 모양이다. 시장 얘기가 나오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는 ‘Everyday earthday (매일매일 지구의 날)’란 환경 메시지를 내걸고 15년간 생활 속에서 친환경적인 활동을 펼쳐온 걸어 다니는 환경운동가다. 그렇다고 그는 ‘자원 재활용’이나 ‘멸종위기 종 보존’을 절박하게 외쳐대지 않는다. 그냥 생활 속에서 조용히 행동에 옮길 뿐이다.

“우연한 기회였어요. 1991년, 세계 아동 5만 여명이 모이는 잼버리 대회를 설악산에서 개최했는 데 그때 포스터 제작을 했어요. 그 행사에서 만난 한 일본 대학생이 제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면서 친해졌지요. 그런데 그 친구가 지구생태계의 불균형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와 대화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 공부를 하게 됐지요.”

윤 교수는 1995년 조형대학 학장시절에는 아예 국민대학에 ‘환경과 디자인’이라는 필수과목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상생활로 범위를 넓혀갔다. 디자인 작품을 통한 친환경적 활동도 그 가운데 하나. 그의 작업 소재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 버려진 것에서 시작된다. 버려진 현수막으로 예쁜 가방을, 씹고 버린 껌들을 모아 껌 보드를 만들기도 하고 플라스틱 페인트 통을 의자로 바꾸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식물 추출 액으로 만든 천연물감만 쓰고 풀이나 옥수수, 미역 등 섬유질로 만든 종이를 사용하며 콩기름 잉크로 인쇄를 한다.

“2000년, 어느날 옷을 소재로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요. 그래서 갖고 있던 옷을 전부 꺼냈더니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지요. 옷이 200벌이 넘는 거예요. 이게 얼마나 낭비입니까? 그걸 다 입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날 그는 검정색 겨울 바지 하나와 여름 셔츠 두 개, 자켓 한 벌을 제외한 갖고 있던 모든 옷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줬다. 그때부터 지금껏 단벌신사다. 지저분해지면 빨아서 입으면 그만이다.

2년 후 퇴임하면 집도 팍 줄일 생각이다. 50~60평짜리 집에서 주변인들과 담쌓고 사는 식말고 집을 공공의 장소로 만들고 싶다. “산 주변에 땅을 파서 만든다든지, 아무튼 공간을 오픈해 언제든, 누구든 쉬어 갈수 있는 그런 장소 말이죠. 이 문제는 아직 가족들과 상의중이에요.”

윤호섭 교수는 17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제로원 디자인센터에서 지난 10년간 만든 환경 디자인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 멸종위기 종의 복원과 관련된 그래픽과 폐기되는 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작품, ‘타에 해롭지 않다’는 의미의 그린(green) 디자인 작업들이 그것들. 그와 대화 할 수 있는 시간도 매주 일요일 주어진다.

“계획이요? 없어요. 그저 매일매일 퍼포먼스를 하는 것 밖에요. 이 문제는 말로 ‘하자’해서 되는 게 아니라 실제 사례를 보여줘야지요.”

윤 교수는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닌데 혹시 그렇게 비춰질까 두렵다”며 말하는 내내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한 마지막 말은 이랬다.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지금보다 1%만 준다면 에너지 절약에 대단한 기여를 할 것 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겠지요. 또 하나의 꿈은, 먹는 옷이나 옷으로 된 컴퓨터 등을 만드는 겁니다. 옷을 입다가 버릴 때가 되면 그냥 먹어버리고…. 엄청난 자원절약이 될 것 같지 않습니까?”

<윤호섭 교수는 1943년 서울 사간동에서 태어나 서울사대부고, 서울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했다. 1968년부터 합동통신사 광고 기획실(현재 오리콤)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했고 1976년부터 대우기획조정실 제작부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했다. 1982년부터 현재까지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대자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91년 세계잼버리대회 이후 교육과 환경, 디자인과 환경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학생들과 함께 환경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디자인물을 개발하고 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전 시 명 : 윤호섭이 만드는 하루하루의 녹색 메세지
              Design and Order in everyday Life
기     간 : 2006년 2월 17일(금) ~4월 2일(일)
            * 전시관람 AM 11:00~PM 7:00
            * 전시 기간 중 휴관 없음
개     막 : 2006년 2월 17일 (금)PM 6:00 ~ 8:00
장     소 : 대학로 제로원 디자인센터
대     상 : 미취학 어린이, 초/중/고생 및 교육계 종사자
              환경 및 디자인 관련 전공자, 관련 종사자 및 일반인
참 가 비 : 무료 (전시 및 부대행사 모두)
부대행사 : 작가와의 대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어린이 녹색생활 워크샵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4시)

주     최 : 국민대학교
주     관 : 국민대 제로원 디자인센터
후     원 : 디자인 정글, 두성종이, 네이트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