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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포퓰리즘 아니다/조원희(경제학과) 교수

  • 10.07.06 / 이민아

보수언론은 무상급식을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더니, 몇몇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1인당 매달 1만1000원 더 내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보장성을 62%에서 90%로 올리고, 연간 의료비를 최고 100만원으로 제한하자’는 운동을 마찬가지 논리로 비판하고 있다. 아마도 무상급식 이슈에서 무방비로 당한 보수진영이 이번에는 그냥 당하지 않고 선제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심산이 아닌가 짐작된다. 일부 진보적 시민단체도 내용은 다르지만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아직 추진단체가 정식 발족도 하기 전에 논란이 되는 일은 과거에 없던 일이다.

매년 필요비용 부과식 징수 장점

공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부분과 관련, 개인이 시장을 이용하여 질병이라는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은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험회사에 수년, 또는 수십년 뒤에 발생할지 모르는 질병에 대비해 매달 계속 적립하고 병이 걸렸을 때 돌려받는 셈이다. 그렇다면 고급서비스를 제외한 필수치료에 필요한 비용의 대부분을 보장하는 공공 의료보험에 의무 가입하는 제도(국민건강보험)를 도입하는 것은 민간보험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첫째, 그 의무성이 가진 장점이 있다. 의무성이 없으면 당장의 소비욕구, 낮은 소득 등으로 질병에 대비해 적립하지 않은 사람, 즉 민간보험 미가입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암 같은 질환으로 가계가 파산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점은 자동차 종합보험 미가입자 문제와 유사하다.

둘째, 공보험은 일종의 부과식 연금처럼, 매년 필요한 지출을 보험료로 징수해 그 해의 비용에 충당하는 부과식이라는 데 장점이 있다. 적립식의 경우는 보험회사가 대량의 적립된 보험료 수입금을 금융시장에서 투자하고 운용해야 하며 주식회사의 속성상 위험한 투자 비중을 계속 높이는 경향이 있다. AIG의 부실화에서 보듯 이런 보험사의 경우 언제나 파산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국가의 공적자금(세금)으로 구제해야 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 부과식 공보험은 위험을 상품화해 금융시장을 팽창시키는 일체의 행위에서 자유롭다. 주거, 건강, 교육 같은 기본적인 필요에 자본이 개입하면 온갖 문제가 생긴다. 주택에 금융기관이 개입하니 집이 보금자리가 아닌 투기 대상이 되고 버블로 온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한국의 경우는 사교육이 극성을 부려 발생하는 문제가 엄청나다. 심지어 저출산 문제도 과도한 사교육비와 관계되어 있다. 건강 문제에 보험회사의 역할이 지나치면 유사한 문제가 생긴다. 한국처럼 TV 홈쇼핑에서 ‘공포를 조장하면서’ 온갖 보험상품을 광고하는 나라는 들어본 적이 없으며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그 외에 보험시장에 독과점이 있을 경우 보험료 인상이라는 문제가 추가로 생긴다.

사회적 연대의 좋은 효과도

셋째,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공보험은 사회적 연대의 좋은 효과를 가져다준다. 적어도 건강에서만큼은 “능력에 따라 차등으로 비용을 내고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는다”는 원칙이 실현돼 사람들이 질병에 따른 불안에서 벗어나고 모두 평등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되면 더욱 강한 공동체적 유대를 갖게 될 것이다.

왜 국고 지원을 현행 20%에서 30%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40%로 하지 않느냐, 기업은 왜 더 부담하라고 요구하지 않느냐, 과잉 의료행위가 심화되지 않나 등의 비판은 얼마든지 더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건강보험 하나로’ 정신 자체의 잘못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정부가 추구하는 ‘민간보험+영리의료법인’의 정책을 넘어 세계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우리의 국민의료체계, 국민건강보험체계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하나의 의미있는 시도임에 틀림없다. 모든 것을 시장으로 해결하고 낙오자만 선별적으로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발상을 거부한다면, 비단 의료보험뿐 아니라 아동수당, 임대주택, 무상보육 등에도 보편적 복지 운동이 필요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7011821505&code=990000

[경제와 세상]‘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포퓰리즘 아니다/조원희(경제학과) 교수

보수언론은 무상급식을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더니, 몇몇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1인당 매달 1만1000원 더 내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보장성을 62%에서 90%로 올리고, 연간 의료비를 최고 100만원으로 제한하자’는 운동을 마찬가지 논리로 비판하고 있다. 아마도 무상급식 이슈에서 무방비로 당한 보수진영이 이번에는 그냥 당하지 않고 선제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심산이 아닌가 짐작된다. 일부 진보적 시민단체도 내용은 다르지만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아직 추진단체가 정식 발족도 하기 전에 논란이 되는 일은 과거에 없던 일이다.

매년 필요비용 부과식 징수 장점

공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부분과 관련, 개인이 시장을 이용하여 질병이라는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은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험회사에 수년, 또는 수십년 뒤에 발생할지 모르는 질병에 대비해 매달 계속 적립하고 병이 걸렸을 때 돌려받는 셈이다. 그렇다면 고급서비스를 제외한 필수치료에 필요한 비용의 대부분을 보장하는 공공 의료보험에 의무 가입하는 제도(국민건강보험)를 도입하는 것은 민간보험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첫째, 그 의무성이 가진 장점이 있다. 의무성이 없으면 당장의 소비욕구, 낮은 소득 등으로 질병에 대비해 적립하지 않은 사람, 즉 민간보험 미가입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암 같은 질환으로 가계가 파산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점은 자동차 종합보험 미가입자 문제와 유사하다.

둘째, 공보험은 일종의 부과식 연금처럼, 매년 필요한 지출을 보험료로 징수해 그 해의 비용에 충당하는 부과식이라는 데 장점이 있다. 적립식의 경우는 보험회사가 대량의 적립된 보험료 수입금을 금융시장에서 투자하고 운용해야 하며 주식회사의 속성상 위험한 투자 비중을 계속 높이는 경향이 있다. AIG의 부실화에서 보듯 이런 보험사의 경우 언제나 파산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국가의 공적자금(세금)으로 구제해야 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 부과식 공보험은 위험을 상품화해 금융시장을 팽창시키는 일체의 행위에서 자유롭다. 주거, 건강, 교육 같은 기본적인 필요에 자본이 개입하면 온갖 문제가 생긴다. 주택에 금융기관이 개입하니 집이 보금자리가 아닌 투기 대상이 되고 버블로 온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한국의 경우는 사교육이 극성을 부려 발생하는 문제가 엄청나다. 심지어 저출산 문제도 과도한 사교육비와 관계되어 있다. 건강 문제에 보험회사의 역할이 지나치면 유사한 문제가 생긴다. 한국처럼 TV 홈쇼핑에서 ‘공포를 조장하면서’ 온갖 보험상품을 광고하는 나라는 들어본 적이 없으며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그 외에 보험시장에 독과점이 있을 경우 보험료 인상이라는 문제가 추가로 생긴다.

사회적 연대의 좋은 효과도

셋째,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공보험은 사회적 연대의 좋은 효과를 가져다준다. 적어도 건강에서만큼은 “능력에 따라 차등으로 비용을 내고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는다”는 원칙이 실현돼 사람들이 질병에 따른 불안에서 벗어나고 모두 평등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되면 더욱 강한 공동체적 유대를 갖게 될 것이다.

왜 국고 지원을 현행 20%에서 30%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40%로 하지 않느냐, 기업은 왜 더 부담하라고 요구하지 않느냐, 과잉 의료행위가 심화되지 않나 등의 비판은 얼마든지 더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건강보험 하나로’ 정신 자체의 잘못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정부가 추구하는 ‘민간보험+영리의료법인’의 정책을 넘어 세계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우리의 국민의료체계, 국민건강보험체계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하나의 의미있는 시도임에 틀림없다. 모든 것을 시장으로 해결하고 낙오자만 선별적으로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발상을 거부한다면, 비단 의료보험뿐 아니라 아동수당, 임대주택, 무상보육 등에도 보편적 복지 운동이 필요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7011821505&code=99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