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천천히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재앙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인구변화는 기후변화와 비슷
결과는 심각한데 진행은 더뎌
선거정치는 10년후 신경안써
재앙 시작 후에야 대책 나올것
그때는 대응 어렵다는게 문제

 

 

 


2022년의 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8명 이하로 하락해 또다시 세계 최저치를 경신할 것이 유력하다. 2020~2021년의 출산율은 이전보다 10% 이상 급락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급락 현상이 코로나19 때문이며, 코로나가 종식되면 출산율 회복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종식을 향해 가는 것이 분명한 올해에도 출산율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이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 위기에 잘 반응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물론 통계청은 몇 년 후 추세가 반전되고, 2031년에 1.0명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음 세기의 한국사 연구자들은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결과를 '출산율 저하의 가속화'로 볼 수도 있다. 동시에 고령화율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인구위기' 시대의 막이 올라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인구의 변화는 기후변화와 비슷하다. 장기적인 결과는 심각하지만, 진행 과정은 매우 더디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민주국가에서 인구위기의 진행 속도가 느린 것은 문제인데, 다음 선거에 집중하는 정치 엘리트는 10~20년 이후 닥칠 재앙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는 경제 침체, 징병 대상의 급감, 노동력 부족, 보건위기, 노인들의 빈곤화, 농촌의 무인지대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하지만 2030년대 초까지 국민 대다수가 별로 체감하지 못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은 인기가 매우 없다. 그 때문에 정치 엘리트는 결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세계의 경험을 보면 고령화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충격을 많이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 하나는 출산·육아에 대한 넉넉한 지원이며 또 하나는 이민 촉진이다.


출산율 하락 이후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한 스웨덴이나 프랑스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출산·육아에 대한 넉넉한 지원은 출산율을 반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한 만큼 지원을 계속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장기 계획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하며 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물론 예산 확보의 방법은 사실상 증세뿐이다. 세금 대 총생산액 비율을 보면 프랑스가 세계 1위, 스웨덴은 세계 4위다. 한국은 58위인데, 비율은 프랑스(46%)의 절반 정도인 27% 수준이다. 유권자들은 세금이 1.5배나 증가하는 것을 환영하고, 증세를 추진한 정당을 다음 선거에서 지지할까?


이민은 보다 어려운 문제다. 선진국 중 한국만큼 반(反)이민 감정이 심한 나라가 별로 없다. 한국인 대부분은 선진국 출신 고학력자의 이민을 환영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한국으로 이민할 이유가 없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한국 경제·사회의 수요도 그리 높지 않다. 오늘날 한국 경제는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백인 기술자보다 노인들만 남게 된 전라남도의 시골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을 베트남 농민 부부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러한 이민자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예측 가능한 미래, 즉 향후 10~15년 동안 한국 엘리트층에서 '인구문제 해결'에 대한 토론만 무성하고, 의미 있는 정책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다수 국민이 인구재앙을 느끼기 시작할 2030년대 중반에서야 필요한 정책들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갑자기 아시아인 이민 촉진과 증세가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2030년대 중반은 인구위기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때다. 그때까지 기다린다면 인구재앙에 대한 대응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지금 이 위기에 대처할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대다수 국민이 이 필요성에 대한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글로벌포커스] 천천히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재앙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인구변화는 기후변화와 비슷
결과는 심각한데 진행은 더뎌
선거정치는 10년후 신경안써
재앙 시작 후에야 대책 나올것
그때는 대응 어렵다는게 문제

 

 

 


2022년의 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8명 이하로 하락해 또다시 세계 최저치를 경신할 것이 유력하다. 2020~2021년의 출산율은 이전보다 10% 이상 급락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급락 현상이 코로나19 때문이며, 코로나가 종식되면 출산율 회복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종식을 향해 가는 것이 분명한 올해에도 출산율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이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 위기에 잘 반응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물론 통계청은 몇 년 후 추세가 반전되고, 2031년에 1.0명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음 세기의 한국사 연구자들은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결과를 '출산율 저하의 가속화'로 볼 수도 있다. 동시에 고령화율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인구위기' 시대의 막이 올라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인구의 변화는 기후변화와 비슷하다. 장기적인 결과는 심각하지만, 진행 과정은 매우 더디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민주국가에서 인구위기의 진행 속도가 느린 것은 문제인데, 다음 선거에 집중하는 정치 엘리트는 10~20년 이후 닥칠 재앙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는 경제 침체, 징병 대상의 급감, 노동력 부족, 보건위기, 노인들의 빈곤화, 농촌의 무인지대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하지만 2030년대 초까지 국민 대다수가 별로 체감하지 못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은 인기가 매우 없다. 그 때문에 정치 엘리트는 결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세계의 경험을 보면 고령화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충격을 많이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 하나는 출산·육아에 대한 넉넉한 지원이며 또 하나는 이민 촉진이다.


출산율 하락 이후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한 스웨덴이나 프랑스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출산·육아에 대한 넉넉한 지원은 출산율을 반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한 만큼 지원을 계속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장기 계획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하며 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물론 예산 확보의 방법은 사실상 증세뿐이다. 세금 대 총생산액 비율을 보면 프랑스가 세계 1위, 스웨덴은 세계 4위다. 한국은 58위인데, 비율은 프랑스(46%)의 절반 정도인 27% 수준이다. 유권자들은 세금이 1.5배나 증가하는 것을 환영하고, 증세를 추진한 정당을 다음 선거에서 지지할까?


이민은 보다 어려운 문제다. 선진국 중 한국만큼 반(反)이민 감정이 심한 나라가 별로 없다. 한국인 대부분은 선진국 출신 고학력자의 이민을 환영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한국으로 이민할 이유가 없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한국 경제·사회의 수요도 그리 높지 않다. 오늘날 한국 경제는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백인 기술자보다 노인들만 남게 된 전라남도의 시골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을 베트남 농민 부부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러한 이민자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예측 가능한 미래, 즉 향후 10~15년 동안 한국 엘리트층에서 '인구문제 해결'에 대한 토론만 무성하고, 의미 있는 정책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다수 국민이 인구재앙을 느끼기 시작할 2030년대 중반에서야 필요한 정책들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갑자기 아시아인 이민 촉진과 증세가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2030년대 중반은 인구위기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때다. 그때까지 기다린다면 인구재앙에 대한 대응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지금 이 위기에 대처할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대다수 국민이 이 필요성에 대한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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