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러시아군의 솔레다르 점령, 전쟁의 향방을 바꿀까? / 강윤희(유라시아학과) 교수

 

 

솔레다르 점령 발표 후 성과 자랑한 용병부대
러시아 통합사령관 교체에 대한 다양한 해석
군, 집권 엘리트층에 대한 푸틴 장악력은 여전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3일 도네츠크주의 솔레다르를 점령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솔레다르가 러시아군에 넘어간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마침내'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에서 조그만 승보를 전한 것이다.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반군이 장악한 남쪽 지역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군이 수년 동안 요새를 구축하고 군사력을 집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러시아군의 공세는 절망적일 정도로 성과가 없었다. 그러니 러시아에는 인구 1만 명의 작은 도시의 점령이 도네츠크주에서의 최대 승보인 셈이다. 푸틴 대통령도 '긍정적 역동성'에 만족감을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다면 솔레다르 점령은 도네츠크 전선에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이번 전쟁이 발발한 후 늘 그래 왔듯이, 솔레다르 점령의 중요성에 대한 평가는 어느 편 시각에서 보는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친우크라이나 측 언론은 이번 점령이 러시아에 '정치적' 혹은 '상징적' 승리를 의미할 뿐이라고 말한다. 솔레다르의 군사적 전략적 가치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친러시아 입장의 언론은 솔레다르가 바흐무트, 그 너머의 크라마토르스크, 슬라뱐스크 등의 주요 군사 거점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준다고 해석한다. 솔레다르가 진짜 전쟁 향방의 '열쇠'가 될지는 바흐무트 전투의 결과가 결정할 것이다.


솔레다르 점령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것은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와그너 용병부대와 러시아 정규군 간의 갈등설이 불거져 나왔다는 점이다. 러시아에 비공식 용병부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전쟁을 계기로 와그너 용병부대는 자신의 존재를 더 이상 감추려 하지 않고 표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11월에는 와그너그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수십 층짜리 거대한 건물을 짓고 공식 본부를 오픈하기까지 했다. 이번 솔레다르 점령 후에도 와그너 용병부대는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동영상을 방출했다. 솔레다르 점령의 성과를 분명하게 자신들에게 돌리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였다. 결국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와그너 부대의 성과를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헌법상 용병부대가 존재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이 바뀌었으니 군 내부의 세력다툼과 갈등설이 불거질 만하다. 작년 10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총지휘하던 수로비킨 장군이 해임되고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통합사령관직을 맡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전의 지지부진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수로비킨을 해임했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그러나 수로비킨 장군이 프리고진과 가깝기 때문에 그의 해임은 프리고진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프리고진에게 선을 넘지 말고 러시아 정규군과 대립하지 말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 모든 해석은 정황 증거에 근거한 것일 뿐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는 찾기 힘들다.


한편 항공우주군 총사령관 출신인 수로비킨의 지휘하에서 우크라이나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폭격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이제 지상군의 주된 활약에 힘입어 도네츠크주의 남은 지역을 '해방'하는 단계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모든 것이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계획 안에서 진전되고 있다"는 푸틴의 말은 단순한 입발림이 아닐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로비킨, 게라시모프, 프리고진, 그리고 체첸 병사들을 이끌고 있는 람진 카디로프 등이 모두 푸틴이 두는 체스판의 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언제든 필요에 따라 상호 경쟁을 시키고 다른 이로 교체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러시아 엘리트층의 분열, 군 내부의 갈등, 혹은 올리가르히의 비판, 이런 것들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최소한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은 이러한 것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러시아군의 솔레다르 점령, 전쟁의 향방을 바꿀까? / 강윤희(유라시아학과) 교수

 

 

솔레다르 점령 발표 후 성과 자랑한 용병부대
러시아 통합사령관 교체에 대한 다양한 해석
군, 집권 엘리트층에 대한 푸틴 장악력은 여전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3일 도네츠크주의 솔레다르를 점령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솔레다르가 러시아군에 넘어간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마침내'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에서 조그만 승보를 전한 것이다.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반군이 장악한 남쪽 지역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군이 수년 동안 요새를 구축하고 군사력을 집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러시아군의 공세는 절망적일 정도로 성과가 없었다. 그러니 러시아에는 인구 1만 명의 작은 도시의 점령이 도네츠크주에서의 최대 승보인 셈이다. 푸틴 대통령도 '긍정적 역동성'에 만족감을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다면 솔레다르 점령은 도네츠크 전선에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이번 전쟁이 발발한 후 늘 그래 왔듯이, 솔레다르 점령의 중요성에 대한 평가는 어느 편 시각에서 보는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친우크라이나 측 언론은 이번 점령이 러시아에 '정치적' 혹은 '상징적' 승리를 의미할 뿐이라고 말한다. 솔레다르의 군사적 전략적 가치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친러시아 입장의 언론은 솔레다르가 바흐무트, 그 너머의 크라마토르스크, 슬라뱐스크 등의 주요 군사 거점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준다고 해석한다. 솔레다르가 진짜 전쟁 향방의 '열쇠'가 될지는 바흐무트 전투의 결과가 결정할 것이다.


솔레다르 점령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것은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와그너 용병부대와 러시아 정규군 간의 갈등설이 불거져 나왔다는 점이다. 러시아에 비공식 용병부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전쟁을 계기로 와그너 용병부대는 자신의 존재를 더 이상 감추려 하지 않고 표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11월에는 와그너그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수십 층짜리 거대한 건물을 짓고 공식 본부를 오픈하기까지 했다. 이번 솔레다르 점령 후에도 와그너 용병부대는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동영상을 방출했다. 솔레다르 점령의 성과를 분명하게 자신들에게 돌리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였다. 결국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와그너 부대의 성과를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헌법상 용병부대가 존재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이 바뀌었으니 군 내부의 세력다툼과 갈등설이 불거질 만하다. 작년 10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총지휘하던 수로비킨 장군이 해임되고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통합사령관직을 맡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전의 지지부진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수로비킨을 해임했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그러나 수로비킨 장군이 프리고진과 가깝기 때문에 그의 해임은 프리고진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프리고진에게 선을 넘지 말고 러시아 정규군과 대립하지 말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 모든 해석은 정황 증거에 근거한 것일 뿐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는 찾기 힘들다.


한편 항공우주군 총사령관 출신인 수로비킨의 지휘하에서 우크라이나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폭격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이제 지상군의 주된 활약에 힘입어 도네츠크주의 남은 지역을 '해방'하는 단계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모든 것이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계획 안에서 진전되고 있다"는 푸틴의 말은 단순한 입발림이 아닐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로비킨, 게라시모프, 프리고진, 그리고 체첸 병사들을 이끌고 있는 람진 카디로프 등이 모두 푸틴이 두는 체스판의 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언제든 필요에 따라 상호 경쟁을 시키고 다른 이로 교체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러시아 엘리트층의 분열, 군 내부의 갈등, 혹은 올리가르히의 비판, 이런 것들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최소한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은 이러한 것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