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징용문제 해결의 외교적 의미 / 이원덕(일본학과) 교수
- 23.02.02 / 박채원
- 서울-종로구-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모습.jpg
중첩적 채무 인수로 정리되는 강제동원 배상 방안
최선 방안은 아니지만, 엄혹한 현실에서의 차선책
시의적절 타결로 '글로벌 중추외교' 현실화 기대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모습. 뉴스1
10년간 한일 갈등의 뇌관이었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가 조만간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투구한 결과, 도출된 해법은 '중첩적 채무 인수' 방안이다. 이 안에 따르면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심규선 이사장)이 중심이 되어 청구권 협정의 혜택을 받은 포스코 등 공기업과 기타 한일 기업으로부터 금전을 기부받아 승소 피해자의 배상을 대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해법은 최선의 방안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엄혹한 한일관계가 당면한 현실을 고려한 차선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물론 이 해법을 골간으로 하더라도 완전한 해결책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아직도 넘어야 할 난관이 버티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일본 측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피해자 지원재단이 꾸릴 바스켓에 들어오지 않거나 일본 측이 사과와 반성 표명을 거부한다면 해법이 불완전 연소로 그치게 되어 2015년 위안부 합의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가 국내의 따가운 여론, 피해자 그룹의 엄청난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심에 찬 용단을 내렸으니 이번엔 일본 측이 화답할 차례다. 징용문제 완전해결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일본 측과 치열한 협상을 벌여야 할 대목이다.
2012년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책 마련을 수수방관하고 있던 10년의 세월을 돌아보면 지금 현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해결의 순간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나락에 빠진 한일관계도 정상화를 향해 점차 복원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일관계는 전방위적 복합갈등에 휩싸여 사사건건 대립과 마찰이 확대, 심화되었다. 즉, 한일 양국은 징용문제를 필두로 위안부, 유네스코 등재 등의 과거사 갈등뿐 아니라, 지소미아(GSOMIA), 초계기 레이더 사건 등 안보 영역에서도 충돌을 벌어왔고,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경제적 마찰도 겪었다.
이처럼 양국관계가 악화한 데는 양국의 지도자가 국익 증진을 위한 화해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국내 정치상 목적을 위해 양국관계를 교묘하게 활용하거나 악용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징용문제 해결책 강구는 그 이슈 자체가 지닌 의미도 결코 작지 않지만, 더불어 또 한편으로 중시되어야 할 관점은 윤 정부의 '글로벌 중추 외교' 추구 속에서 레버리지로 한 축을 차지하는 대일 외교의 중요성이다.
미중 신냉전 체제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높아지는 대만해협 파고, 북한 위협 증대 등 험악한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일본과의 안보·경제 면에서의 연대와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수적 요소가 되고 있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은 필연적으로 수출규제 철폐, 화이트리스트 상호 복귀, 지소미아의 정상화로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2011년 이래 중단된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도 복원되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교에서 타이밍은 의외로 중요하다. 징용문제 해결이야말로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해결 타이밍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만약 2월 중 징용 해결책이 발표되고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화답이 나온다면 한일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도 가능할 것이다. 봄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방미 정상외교와 더불어 대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면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업그레이드 버전 채택도 노려볼 만하다. 이어 5월에는 히로시마에서 기시다 총리가 호스트 하는 G7 정상회담이 개최되는데 이 자리에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 초대를 받아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를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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