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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된 퍼터’로 바꾼 뒤 스트로크 궤도 일정해져… 우승가뭄 해갈[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중고 퍼터의 우승 비밀

클라크, 지난5월 생애 첫 우승

브래들리, 4년 넘은 부진 탈출

파울러도 퍼터 교체한 뒤 재기

모두 2014년 출시된 제품 사용

헤드 중앙 직사각형으로 뚫려

퍼터 그립도 훨씬 길고 무거워

세 사람 우승으로 인기 급상승

중고품 거래가격도 3배로 폭등

제조업체, 한정판 재출시 계획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9년 전 출시된 한 중고 퍼터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퍼터를 사용한 3명의 골퍼가 잇따라 열린 3개 대회에서 차례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한 윈덤 클라크,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키건 브래들리,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트로피를 획득한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 등이 그 주인공이다.

 

3명의 골퍼 모두 오랫동안 성적 부진과 슬럼프로 고통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클라크는 2018년 PGA투어에 데뷔했으나, 그동안 우승이 없었다. 올해 퍼터를 바꾸고 지난 5월 초 특급 대회인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메이저대회까지 제패했다.

 

클라크와 달리 브래들리는 데뷔 첫해인 2011년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을 포함, 2승을 거두고 신인상까지 차지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장기는 드라이버샷이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연속으로 300야드(274m) 이상 비거리와 60% 이상 정확도를 기록한 300-60클럽에 가입할 만큼 뛰어났다.

 

브래들리는 출중한 드라이버샷 실력에 비해 퍼팅 실력은 PGA투어 중하위권으로 별로 좋지 않았다. 브래들리는 데뷔 때부터 일반 퍼터(33∼35인치)보다 길이가 훨씬 긴 46인치짜리 퍼터를 썼다. 퍼터 끝을 배꼽 위쪽에 댄 채로 퍼팅한다고 해서 ‘벨리 퍼터’라고 부르는 퍼터였다.

 

그러나 2016년부터 골프 규칙 변경으로 벨리 퍼터 사용이 금지되면서 브래들리의 퍼팅 실력이 바닥까지 추락했다. 어쩔 수 없이 퍼터의 그립을 왼손 팔뚝에 붙인 채 퍼팅하는 ‘암록 퍼팅’으로 자세를 바꾸었고 그의 퍼팅 이득타수(SGP) 순위는 전체 185명 중 183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6년 넘게 우승을 못하다 2018년 BMW 챔피언십 우승으로 부활하나 싶더니, 다시 2022년까지 4년 넘도록 우승 가뭄에 시달렸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지난해 11월 퍼터를 바꾸자마자 조조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올해 다시 이 퍼터로 우승을 추가하며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그의 퍼팅 이득타수는 18위를 기록 중이다.

 

3번째 주인공인 파울러 역시 화려한 신인 시절을 보냈다. PGA투어 최고의 스타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평생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을 받았다. 잘나가던 그도 2019년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져 4년 6개월 동안 우승이 없었다. 그 사이 4위까지 올랐던 세계랭킹도 100위 밖까지 밀려났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퍼팅이었다. 파울러는 퍼팅이 뛰어난 편이었는데, 지난 시즌 그의 퍼팅 이득타수 순위는 161위에 그쳤다. 이유를 몰라 답답하던 차에 시즌 초 연습 중 우연히 캐디의 퍼터를 사용해 봤는데 느낌이 좋았다. 같은 모델의 퍼터로 바꾼 후 예전의 퍼팅 실력을 되찾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세 사람이 사용한 퍼터는 지난 2014년 출시된 제품으로 넓적한 헤드의 가운데가 직사각형으로 뚫려 있는 독특한 모양이다. 무게가 주변으로 배치돼 빗맞아도 헤드의 뒤틀림이 적다. 또 색 대비가 뚜렷한 검은색과 흰색이 교대로 칠해져 있어 목표 조준과 헤드의 정렬이 쉽게끔 디자인됐다.

 

무엇보다 이 퍼터는 길이가 38인치가 넘고, 퍼터 그립의 길이와 무게도 일반 퍼터보다 훨씬 길고 무겁다. 이른바 ‘카운터 밸런싱’이라는 기술이 적용됐다. 퍼터 길이를 늘이면서 마치 아령처럼 퍼터 헤드와 그립의 무게를 동시에 높인 것이다. 퍼터의 관성모멘트가 커져 퍼팅 스트로크 궤도의 변동성이 줄고 일정해지는 효과가 있다.

 

이미 오래전에 단종된 제품이지만 세 사람의 우승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퍼터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프로골퍼는 물론 일반 주말골퍼들까지 관심을 보이며 중고품 거래 가격이 신품 가격의 3배가 넘을 정도로 폭등했다. 다행인 것은 비록 한정판이지만 제조업체에서 조만간 이 퍼터를 다시 출시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단종된 퍼터’로 바꾼 뒤 스트로크 궤도 일정해져… 우승가뭄 해갈[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중고 퍼터의 우승 비밀

클라크, 지난5월 생애 첫 우승

브래들리, 4년 넘은 부진 탈출

파울러도 퍼터 교체한 뒤 재기

모두 2014년 출시된 제품 사용

헤드 중앙 직사각형으로 뚫려

퍼터 그립도 훨씬 길고 무거워

세 사람 우승으로 인기 급상승

중고품 거래가격도 3배로 폭등

제조업체, 한정판 재출시 계획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9년 전 출시된 한 중고 퍼터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퍼터를 사용한 3명의 골퍼가 잇따라 열린 3개 대회에서 차례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한 윈덤 클라크,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키건 브래들리,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트로피를 획득한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 등이 그 주인공이다.

 

3명의 골퍼 모두 오랫동안 성적 부진과 슬럼프로 고통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클라크는 2018년 PGA투어에 데뷔했으나, 그동안 우승이 없었다. 올해 퍼터를 바꾸고 지난 5월 초 특급 대회인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메이저대회까지 제패했다.

 

클라크와 달리 브래들리는 데뷔 첫해인 2011년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을 포함, 2승을 거두고 신인상까지 차지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장기는 드라이버샷이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연속으로 300야드(274m) 이상 비거리와 60% 이상 정확도를 기록한 300-60클럽에 가입할 만큼 뛰어났다.

 

브래들리는 출중한 드라이버샷 실력에 비해 퍼팅 실력은 PGA투어 중하위권으로 별로 좋지 않았다. 브래들리는 데뷔 때부터 일반 퍼터(33∼35인치)보다 길이가 훨씬 긴 46인치짜리 퍼터를 썼다. 퍼터 끝을 배꼽 위쪽에 댄 채로 퍼팅한다고 해서 ‘벨리 퍼터’라고 부르는 퍼터였다.

 

그러나 2016년부터 골프 규칙 변경으로 벨리 퍼터 사용이 금지되면서 브래들리의 퍼팅 실력이 바닥까지 추락했다. 어쩔 수 없이 퍼터의 그립을 왼손 팔뚝에 붙인 채 퍼팅하는 ‘암록 퍼팅’으로 자세를 바꾸었고 그의 퍼팅 이득타수(SGP) 순위는 전체 185명 중 183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6년 넘게 우승을 못하다 2018년 BMW 챔피언십 우승으로 부활하나 싶더니, 다시 2022년까지 4년 넘도록 우승 가뭄에 시달렸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지난해 11월 퍼터를 바꾸자마자 조조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올해 다시 이 퍼터로 우승을 추가하며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그의 퍼팅 이득타수는 18위를 기록 중이다.

 

3번째 주인공인 파울러 역시 화려한 신인 시절을 보냈다. PGA투어 최고의 스타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평생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을 받았다. 잘나가던 그도 2019년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져 4년 6개월 동안 우승이 없었다. 그 사이 4위까지 올랐던 세계랭킹도 100위 밖까지 밀려났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퍼팅이었다. 파울러는 퍼팅이 뛰어난 편이었는데, 지난 시즌 그의 퍼팅 이득타수 순위는 161위에 그쳤다. 이유를 몰라 답답하던 차에 시즌 초 연습 중 우연히 캐디의 퍼터를 사용해 봤는데 느낌이 좋았다. 같은 모델의 퍼터로 바꾼 후 예전의 퍼팅 실력을 되찾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세 사람이 사용한 퍼터는 지난 2014년 출시된 제품으로 넓적한 헤드의 가운데가 직사각형으로 뚫려 있는 독특한 모양이다. 무게가 주변으로 배치돼 빗맞아도 헤드의 뒤틀림이 적다. 또 색 대비가 뚜렷한 검은색과 흰색이 교대로 칠해져 있어 목표 조준과 헤드의 정렬이 쉽게끔 디자인됐다.

 

무엇보다 이 퍼터는 길이가 38인치가 넘고, 퍼터 그립의 길이와 무게도 일반 퍼터보다 훨씬 길고 무겁다. 이른바 ‘카운터 밸런싱’이라는 기술이 적용됐다. 퍼터 길이를 늘이면서 마치 아령처럼 퍼터 헤드와 그립의 무게를 동시에 높인 것이다. 퍼터의 관성모멘트가 커져 퍼팅 스트로크 궤도의 변동성이 줄고 일정해지는 효과가 있다.

 

이미 오래전에 단종된 제품이지만 세 사람의 우승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퍼터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프로골퍼는 물론 일반 주말골퍼들까지 관심을 보이며 중고품 거래 가격이 신품 가격의 3배가 넘을 정도로 폭등했다. 다행인 것은 비록 한정판이지만 제조업체에서 조만간 이 퍼터를 다시 출시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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