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최고 권위 대회서 19명 중도 포기… 프로답지 못했던 프로들[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25.07.15 /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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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 - 네버 인 - 한국여자오픈 무더기 기권 사태
대부분 2라운드 종료 전 기권
부상 이유로 댔지만 석연찮아
다음주 열린 대회 대부분 참가
컷오프 피하기 위한 꼼수 의심
출전 시합 완주는 선수의 의무
무단 이탈은 스포츠 정신 위배
사태 반복된다면 ‘도덕 불감증’
지난달 개최된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참가 선수 132명 중 무려 19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기권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2라운드를 마친 후 조모상 부고를 받은 한 선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1라운드 마친 뒤 또는 2라운드 도중에 기권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 권위와 전통의 한국여자오픈에서 이 같은 무더기 기권은 뜻밖이다. 2021년 대회 장소가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파72·6767야드)로 바뀌고 난 뒤 나타난 현상이다. 2021년 15명, 2023년 14명, 2024년 17명 등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는 1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기권자 대부분은 부상을 이유로 댔다. 진짜로 몸이 아팠던 선수도 있겠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곧바로 다음 주 열린 ‘더 헤븐 마스터즈’에 애초 출전 자격이 없는 한 선수만 빼고 16명의 선수가 고스란히 다시 출전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스코어가 좋지 않아 예선 탈락(컷오프)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피하고자 미리 기권한 얄팍한 꼼수에 가까워 보인다.
유독 한국여자오픈에서만 매년 무더기 기권 사태가 나오는 이유는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KGA)에 기권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그냥 기권 처리가 된다.
한국여자오픈 전에 치러진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 중 ‘두산 매치플레이’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대회의 평균 기권자 수가 3.7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KLPGA투어는 정당한 기권 사유 없이 기권할 경우, 상벌분과위원회에 넘겨져 경중에 따라 최고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또 기권일 7일 이내 사유서와 진단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대회 개최 코스인 레인보우힐스CC가 플레이하기 매우 까다로운 코스라는 점도 선수들의 기권이 많은 이유다.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가인 미국의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의 작품인 이 코스는 한국의 산악 지형 자연을 그대로 살려 도전적이면서 전략적인 코스로 평가받는다. 전체적으로 고저 차가 심해 체력 소모가 크고 정확한 핀 공략이 어렵다.
여기에 메이저 대회에 걸맞은 좁은 페어웨이, 길고 질긴 러프, 단단하고 빠른 그린 등 어려운 코스 세팅까지 더해지면 선수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다.
대회 초반 스코어가 저조하면 어차피 예선 탈락할 바에야 다음 대회 출전을 준비하기 위해 빨리 경기를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회를 완주하는 것은 당연한 선수의 의무이자 팬과의 약속이다.
올해 열린 US여자오픈에는 총 156명이 출전했으나 단 한 명의 기권자도 없었다. US오픈에선 2라운드 17번 홀까지 경기한 뒤 부상으로 마지막 한 개 홀 경기를 포기한 단 한 명의 선수만이 있었다.
이번처럼 정당한 사유 없이 경기를 포기하는 행태는 다른 종목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스포츠 정신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달리기 경주에서 입상 가능성이 없다고 선두권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달리다 말고 몽땅 경기를 포기하는 장면을 한번 상상해보라.
이 같은 꼼수 기권에 선수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앞으로도 무더기 기권이 계속된다면 심각한 도덕 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오로지 돈과 성적만 따질 뿐 애써 대회장을 찾은 골프팬이나 기권 선수들 때문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의 간절한 희망은 안중에도 없는 행동이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스포츠 선수가 갖춰야 할 기본자세이자 덕목이다. 비록 이번 한국여자오픈에서 예선 탈락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장을 지키며 최선을 다한 46명의 골퍼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최고 권위 대회서 19명 중도 포기… 프로답지 못했던 프로들[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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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 - 네버 인 - 한국여자오픈 무더기 기권 사태
대부분 2라운드 종료 전 기권
출전 시합 완주는 선수의 의무
지난달 개최된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참가 선수 132명 중 무려 19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기권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2라운드를 마친 후 조모상 부고를 받은 한 선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1라운드 마친 뒤 또는 2라운드 도중에 기권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 권위와 전통의 한국여자오픈에서 이 같은 무더기 기권은 뜻밖이다. 2021년 대회 장소가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파72·6767야드)로 바뀌고 난 뒤 나타난 현상이다. 2021년 15명, 2023년 14명, 2024년 17명 등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는 1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기권자 대부분은 부상을 이유로 댔다. 진짜로 몸이 아팠던 선수도 있겠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곧바로 다음 주 열린 ‘더 헤븐 마스터즈’에 애초 출전 자격이 없는 한 선수만 빼고 16명의 선수가 고스란히 다시 출전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스코어가 좋지 않아 예선 탈락(컷오프)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피하고자 미리 기권한 얄팍한 꼼수에 가까워 보인다.
유독 한국여자오픈에서만 매년 무더기 기권 사태가 나오는 이유는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KGA)에 기권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그냥 기권 처리가 된다.
한국여자오픈 전에 치러진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 중 ‘두산 매치플레이’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대회의 평균 기권자 수가 3.7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KLPGA투어는 정당한 기권 사유 없이 기권할 경우, 상벌분과위원회에 넘겨져 경중에 따라 최고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또 기권일 7일 이내 사유서와 진단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대회 개최 코스인 레인보우힐스CC가 플레이하기 매우 까다로운 코스라는 점도 선수들의 기권이 많은 이유다.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가인 미국의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의 작품인 이 코스는 한국의 산악 지형 자연을 그대로 살려 도전적이면서 전략적인 코스로 평가받는다. 전체적으로 고저 차가 심해 체력 소모가 크고 정확한 핀 공략이 어렵다.
여기에 메이저 대회에 걸맞은 좁은 페어웨이, 길고 질긴 러프, 단단하고 빠른 그린 등 어려운 코스 세팅까지 더해지면 선수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다.
대회 초반 스코어가 저조하면 어차피 예선 탈락할 바에야 다음 대회 출전을 준비하기 위해 빨리 경기를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회를 완주하는 것은 당연한 선수의 의무이자 팬과의 약속이다.
올해 열린 US여자오픈에는 총 156명이 출전했으나 단 한 명의 기권자도 없었다. US오픈에선 2라운드 17번 홀까지 경기한 뒤 부상으로 마지막 한 개 홀 경기를 포기한 단 한 명의 선수만이 있었다.
이번처럼 정당한 사유 없이 경기를 포기하는 행태는 다른 종목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스포츠 정신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달리기 경주에서 입상 가능성이 없다고 선두권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달리다 말고 몽땅 경기를 포기하는 장면을 한번 상상해보라.
이 같은 꼼수 기권에 선수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앞으로도 무더기 기권이 계속된다면 심각한 도덕 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오로지 돈과 성적만 따질 뿐 애써 대회장을 찾은 골프팬이나 기권 선수들 때문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의 간절한 희망은 안중에도 없는 행동이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스포츠 선수가 갖춰야 할 기본자세이자 덕목이다. 비록 이번 한국여자오픈에서 예선 탈락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장을 지키며 최선을 다한 46명의 골퍼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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