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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의 관성모멘트 좋은 맬릿퍼터, 빗맞아도 똑바로 간다[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 - 네버 인
맬릿 퍼터 전성시대

 

1902년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
일부 골퍼 우승으로 명성 얻자
이상한 모양 이유로 사용 금지
1952년 해금 뒤에도 빛 못보다
소렌스탐 등 우승 퍼터로 주목

 

현재 세계랭킹 톱10 전원 사용
정렬선 조준하기 쉬워 인기몰이

 


바야흐로 맬릿 퍼터 전성시대다. 2025년 12월 말 현재 세계랭킹 톱10 골퍼 전원이 맬릿 퍼터를 사용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10명 중 3명만이 맬릿 퍼터를 사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퍼터 헤드의 디자인은 버터 나이프처럼 가늘고 얇게 생긴 블레이드형(blade-type)과 망치처럼 둥글고 납작한 맬릿형(mallet-type)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전통적으로 모든 퍼터는 블레이드형이었다. 골프 역사에서 맬릿 퍼터가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02년이다.

 

미국 뉴욕 동부 스키넥터디의 아마추어 골퍼였던 아서 나이트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퍼트가 안 들어가는 이유가 실력보다는 부적합하게 설계된 퍼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블레이드 퍼터는 가운데로 정확하게 공을 맞히지 않으면 헤드가 쉽게 뒤틀려 퍼트가 똑바로 가지 않았다.

 

그는 빗맞아도 잘 뒤틀리지 않게 헤드를 크고 두툼하게 만들었고, 샤프트도 중심이 잘 잡히도록 헤드 한가운데에 박아넣었다. 나이트의 퍼터는 그가 살았던 동네 이름을 따서 스키넥터디 퍼터로 불렸고, 성능이 좋다는 입소문에 미국 전역에서 골퍼들의 구매 문의가 빗발쳤다.

 

이들 중에는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두 차례나 우승한 월터 트래비스도 있었다. 그는 이 퍼터를 들고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세 번째 우승을 거두었다. 여세를 몰아 이듬해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미국인 최초로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까지 제패해버렸다.

 

트래비스의 우승으로 골프 종주국의 자존심을 구긴 로열에인션트골프클럽(R&A)은 1910년 스키넥터디 퍼터를 규칙으로 금지했다. 이상한 모양으로 부당한 이득을 준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치졸한 보복이었다.

 

졸지에 불법 무기가 돼버린 맬릿 퍼터는 1952년에야 비로소 해금됐다. 금지된 지 무려 42년 만이다. 비록 불법이라는 불명예에서는 벗어났지만 낙인효과 때문인지 이후 맬릿 퍼터는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날렵하게 생긴 블레이드 퍼터에 비해 둔탁하고 뚱뚱하게 생긴 외모도 맬릿 퍼터의 낮은 인기에 한몫했다. 주로 초보 골퍼나 여성들이 사용하는 퍼터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맬릿 퍼터는 1990년대 들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4년 미국의 닉 프라이스가 ‘뚱보 부인 스윙(Fat Lady Swing)’이란 맬릿 퍼터로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995년에는 스웨덴의 애니카 소렌스탐이 US여자오픈에서 역시 맬릿 퍼터로 우승을 거두었고, 이듬해에는 최고 인기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영국의 닉 팔도까지 오디세이의 맬릿 퍼터로 우승하자 맬릿 퍼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2001년 골프공 두 개를 나란히 배열한 모양의 정렬선으로 조준하기 쉽게 만든 오디세이 투볼 퍼터는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맬릿 퍼터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과학적으로 맬릿 퍼터는 헤드의 관성모멘트(moment of inertia·MOI)가 블레이드 퍼터보다 2~4배 이상 커서 빗맞아도 공이 똑바로 멀리 간다. 한마디로 퍼터 페이스의 스위트스폿(유효타구면)이 2~4배 더 넓어지는 효과로 퍼팅이 훨씬 쉬워진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맬릿 퍼터가 프로골퍼는 물론 일반 주말골퍼들에게 외면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것으로 바꾸지 않고 원래 하던 대로 그냥 계속하려는 이른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는 심리 현상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맬릿 퍼터의 경우처럼 일단 한번 결정되고 나면 나중에 상황이 바뀌어도 합리성이나 타당성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계속해서 유지되는 관행들이 의외로 많다. 철로 궤도폭은 고대 로마 제국시대 전투 마차의 바퀴 간격에서 유래했다. 처음 열차가 발명되었을 때 마차의 선로를 그대로 이용했는데, 마차를 끄는 두 마리의 말이 달릴 때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엉덩이의 크기를 고려해 결정된 간격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헤드의 관성모멘트 좋은 맬릿퍼터, 빗맞아도 똑바로 간다[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 - 네버 인
맬릿 퍼터 전성시대

 

1902년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
일부 골퍼 우승으로 명성 얻자
이상한 모양 이유로 사용 금지
1952년 해금 뒤에도 빛 못보다
소렌스탐 등 우승 퍼터로 주목

 

현재 세계랭킹 톱10 전원 사용
정렬선 조준하기 쉬워 인기몰이

 


바야흐로 맬릿 퍼터 전성시대다. 2025년 12월 말 현재 세계랭킹 톱10 골퍼 전원이 맬릿 퍼터를 사용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10명 중 3명만이 맬릿 퍼터를 사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퍼터 헤드의 디자인은 버터 나이프처럼 가늘고 얇게 생긴 블레이드형(blade-type)과 망치처럼 둥글고 납작한 맬릿형(mallet-type)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전통적으로 모든 퍼터는 블레이드형이었다. 골프 역사에서 맬릿 퍼터가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02년이다.

 

미국 뉴욕 동부 스키넥터디의 아마추어 골퍼였던 아서 나이트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퍼트가 안 들어가는 이유가 실력보다는 부적합하게 설계된 퍼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블레이드 퍼터는 가운데로 정확하게 공을 맞히지 않으면 헤드가 쉽게 뒤틀려 퍼트가 똑바로 가지 않았다.

 

그는 빗맞아도 잘 뒤틀리지 않게 헤드를 크고 두툼하게 만들었고, 샤프트도 중심이 잘 잡히도록 헤드 한가운데에 박아넣었다. 나이트의 퍼터는 그가 살았던 동네 이름을 따서 스키넥터디 퍼터로 불렸고, 성능이 좋다는 입소문에 미국 전역에서 골퍼들의 구매 문의가 빗발쳤다.

 

이들 중에는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두 차례나 우승한 월터 트래비스도 있었다. 그는 이 퍼터를 들고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세 번째 우승을 거두었다. 여세를 몰아 이듬해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미국인 최초로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까지 제패해버렸다.

 

트래비스의 우승으로 골프 종주국의 자존심을 구긴 로열에인션트골프클럽(R&A)은 1910년 스키넥터디 퍼터를 규칙으로 금지했다. 이상한 모양으로 부당한 이득을 준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치졸한 보복이었다.

 

졸지에 불법 무기가 돼버린 맬릿 퍼터는 1952년에야 비로소 해금됐다. 금지된 지 무려 42년 만이다. 비록 불법이라는 불명예에서는 벗어났지만 낙인효과 때문인지 이후 맬릿 퍼터는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날렵하게 생긴 블레이드 퍼터에 비해 둔탁하고 뚱뚱하게 생긴 외모도 맬릿 퍼터의 낮은 인기에 한몫했다. 주로 초보 골퍼나 여성들이 사용하는 퍼터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맬릿 퍼터는 1990년대 들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4년 미국의 닉 프라이스가 ‘뚱보 부인 스윙(Fat Lady Swing)’이란 맬릿 퍼터로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995년에는 스웨덴의 애니카 소렌스탐이 US여자오픈에서 역시 맬릿 퍼터로 우승을 거두었고, 이듬해에는 최고 인기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영국의 닉 팔도까지 오디세이의 맬릿 퍼터로 우승하자 맬릿 퍼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2001년 골프공 두 개를 나란히 배열한 모양의 정렬선으로 조준하기 쉽게 만든 오디세이 투볼 퍼터는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맬릿 퍼터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과학적으로 맬릿 퍼터는 헤드의 관성모멘트(moment of inertia·MOI)가 블레이드 퍼터보다 2~4배 이상 커서 빗맞아도 공이 똑바로 멀리 간다. 한마디로 퍼터 페이스의 스위트스폿(유효타구면)이 2~4배 더 넓어지는 효과로 퍼팅이 훨씬 쉬워진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맬릿 퍼터가 프로골퍼는 물론 일반 주말골퍼들에게 외면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것으로 바꾸지 않고 원래 하던 대로 그냥 계속하려는 이른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는 심리 현상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맬릿 퍼터의 경우처럼 일단 한번 결정되고 나면 나중에 상황이 바뀌어도 합리성이나 타당성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계속해서 유지되는 관행들이 의외로 많다. 철로 궤도폭은 고대 로마 제국시대 전투 마차의 바퀴 간격에서 유래했다. 처음 열차가 발명되었을 때 마차의 선로를 그대로 이용했는데, 마차를 끄는 두 마리의 말이 달릴 때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엉덩이의 크기를 고려해 결정된 간격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