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정동일씨의 독특한 답사운영 인기 폭발(동문/국사)

  • 05.12.19 / 송효순

‘탁 탁 탁~’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아이도 엄마도 예외가 없다. 앞으로 불려나와 ‘죽비 10대’의 ‘사랑의 매’를 맞아야 한다. 아이 앞에서 죽비를 맞는 엄마는 그만 몸둘 바를 모른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망신스럽기도 하고…. 결혼 이후, 아니 어릴 때 이후 오랜만에 ‘맛보는’ 회초리에 엄마의 얼굴은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빨개진다. 함께 온 아이들과 엄마들은 죽비소리에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리지만, 순간 긴장된 분위기가 감돈다. 또다시 선생님의 질문이 쏟아지고 이번엔 한 아이가 불려나간다. 그래도 함께 온 아이들과 엄마들은 연신 즐겁다. 죽비에 맞고도 즐거운 공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교육 붕괴의 소리. 공교육의 위기가 팽배할수록 교육의 본질을 되묻는 자성의 목소리 또한 높다. 이러한 각박한 교육현실로 그 어느 때보다 진정한 스승 혹은 사랑의 가르침에 대한 갈망도 높다. 그래서일까, 주말마다 고양시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고양시 답사모임 현장에서는 ‘사랑의 죽비소리’로 배움의 즐거움이 넘치고 있다.

#벌써 1000회 넘겨… 두달이상 기다려야 순번

고양시에서 역사답사모임을 해오고 있는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41). 1997년부터 사랑의 죽비와 함께 고양시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역사답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역사답사 모임을 진행해온 지 벌써 1,000여회를 훌쩍 넘겼다. 9년 동안의 강행군. 주말과 주일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역사답사를 진행해왔다. 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답사는 주로 토·일요일에 이루어진다. 답사가 지속되면서 그에 대한 유명세도 높아갔다. 현재 14개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1개팀이 답사를 가려면 족히 두달가량은 기다려야 할 정도. 그래도 그와 함께 답사를 가겠다면서 1년 이상 대기하고 있는 팀들이 줄지어서 있다.
답사를 어떻게 진행하기에 1년 이상 대기하는 팀들이 있는 것일까. 아이들과 엄마는 답사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정동일 선생님의 열렬한 팬으로 바뀐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답사진행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어떤 사람은 그 특별한 무엇을 가르침의 기본인 ‘사랑’에 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우리 시대에 실종된 이전의 ‘엄격한 교육’에 대한 목마름 같은 것은 아닐까 하고 진단한다. 그 엄격한 교육은 바로 한 스님에게서 선물받은 죽비를 통해 나온다. “제가 죽비를 들지만 죽비는 때리는 그 자체에 있지 않아요. 죽비는 스님들이 수행중에 잠이나 잡념을 물리치기 위해 사용하잖아요. 스님들처럼 죽비를 답사현장에서 상징적으로 사용한다면 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역사답사는 그 성격상 강제적인 공부가 되기 힘들다. 현장을 돌아다니다보면 아이들과 엄마들을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조금만 힘들면 대열에서 이탈해 독자행동을 하기 일쑤다. 이때 통솔자의 입장에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학교 교사들도 두손 들 만큼 교육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 그래서 정위원은 ‘답사의 원칙’을 정했다. 그 중에 하나가 ‘출발부터 도착까지’ 아이든 엄마든 대열을 이탈하지 말아야 하고, 질문을 통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답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원칙을 한번도 예외없이 적용했다. 그리고 효과적인 통솔에 소리가 큰 죽비가 큰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원칙대로의 엄격한 진행이 반응 훨씬 좋아

물론 처음에는 정위원도 이런 원칙에 철저한 답사가 잘 될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예상은 기우였다. 답사를 ‘느슨하고 자유롭게’ 진행할 때보다 ‘원칙대로 엄격하게’ 진행할 때 아이들과 엄마들의 반응이 훨씬 좋았다. 사랑의 죽비소리는 공부의 긴장감을 더 높여주었던 것. 그래서 그는 처음에 죽비의 효과가 없으면 다른 답사팀과 마찬가지로 느슨하고 자율적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예상 밖으로 호응이 높자 아예 답사의 원칙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의 답사진행의 독특한 ‘카리스마’는 이내 고양시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학부모들이 팀을 만들어왔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떠나는 답사팀(1개팀 40명)은 이렇게 해서 한두개 늘어나면서 14개팀이 됐다.
“특히 아이들의 호응이 높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4년간 답사를 다니는데, 자신의 꿈을 역사학자로 정한 아이도 생겨날 정도예요. 답사를 다녀온 아이들 중에는 벌써 대학생이 된 아이도 있어요. 그 아이들이 가끔 찾아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고양시 토박이인 그는 지금까지 고향을 떠난 적이 없다. 국민대 사학과를 나와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중이기도 한 그는 앞으로 고양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고양역사박물관’을 만드는 게 꿈이다. 계속되는 신도시 건설로 인해 역사유적과 유물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어 다른 지역보다 박물관이 더 절실한 실정이라는 것. 세대가 변하면서 고향과 함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옅어져가는 요즘에 그가 펼치고 있는 역사답사와 함께 교육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정동일표’역사답사 원칙
(1) 별보고 새벽에 출발해 별보고 밤에 돌아온다.
(2) 엄격하게 진행한다.
(3) 영어 사용을 금지하고 영어로 된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4) 식사때 밥을 남겨선 안된다.
(5) 답사길에서 어른들을 만나면 공손하게 인사한다.
(6) 지역에가면 특산물 먹는 체험을 한다.
(7) 동행한 엄마는 지방농산물을 사준다.
(8) 아이와 엄마는 함께 다녀서는 안되고, 개별행동을 해서도 안된다.
(9) 잘못을 하거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못하면 사랑의 매(죽비)를 맞는다.
(10) 선글라스나 우산을 쓰면 안된다.


〈글 최효찬·사진 정지윤기자 romachoi@kyunghyang.com

 

정동일씨의 독특한 답사운영 인기 폭발(동문/국사)

‘탁 탁 탁~’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아이도 엄마도 예외가 없다. 앞으로 불려나와 ‘죽비 10대’의 ‘사랑의 매’를 맞아야 한다. 아이 앞에서 죽비를 맞는 엄마는 그만 몸둘 바를 모른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망신스럽기도 하고…. 결혼 이후, 아니 어릴 때 이후 오랜만에 ‘맛보는’ 회초리에 엄마의 얼굴은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빨개진다. 함께 온 아이들과 엄마들은 죽비소리에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리지만, 순간 긴장된 분위기가 감돈다. 또다시 선생님의 질문이 쏟아지고 이번엔 한 아이가 불려나간다. 그래도 함께 온 아이들과 엄마들은 연신 즐겁다. 죽비에 맞고도 즐거운 공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교육 붕괴의 소리. 공교육의 위기가 팽배할수록 교육의 본질을 되묻는 자성의 목소리 또한 높다. 이러한 각박한 교육현실로 그 어느 때보다 진정한 스승 혹은 사랑의 가르침에 대한 갈망도 높다. 그래서일까, 주말마다 고양시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고양시 답사모임 현장에서는 ‘사랑의 죽비소리’로 배움의 즐거움이 넘치고 있다.

#벌써 1000회 넘겨… 두달이상 기다려야 순번

고양시에서 역사답사모임을 해오고 있는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41). 1997년부터 사랑의 죽비와 함께 고양시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역사답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역사답사 모임을 진행해온 지 벌써 1,000여회를 훌쩍 넘겼다. 9년 동안의 강행군. 주말과 주일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역사답사를 진행해왔다. 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답사는 주로 토·일요일에 이루어진다. 답사가 지속되면서 그에 대한 유명세도 높아갔다. 현재 14개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1개팀이 답사를 가려면 족히 두달가량은 기다려야 할 정도. 그래도 그와 함께 답사를 가겠다면서 1년 이상 대기하고 있는 팀들이 줄지어서 있다.
답사를 어떻게 진행하기에 1년 이상 대기하는 팀들이 있는 것일까. 아이들과 엄마는 답사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정동일 선생님의 열렬한 팬으로 바뀐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답사진행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어떤 사람은 그 특별한 무엇을 가르침의 기본인 ‘사랑’에 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우리 시대에 실종된 이전의 ‘엄격한 교육’에 대한 목마름 같은 것은 아닐까 하고 진단한다. 그 엄격한 교육은 바로 한 스님에게서 선물받은 죽비를 통해 나온다. “제가 죽비를 들지만 죽비는 때리는 그 자체에 있지 않아요. 죽비는 스님들이 수행중에 잠이나 잡념을 물리치기 위해 사용하잖아요. 스님들처럼 죽비를 답사현장에서 상징적으로 사용한다면 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역사답사는 그 성격상 강제적인 공부가 되기 힘들다. 현장을 돌아다니다보면 아이들과 엄마들을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조금만 힘들면 대열에서 이탈해 독자행동을 하기 일쑤다. 이때 통솔자의 입장에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학교 교사들도 두손 들 만큼 교육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 그래서 정위원은 ‘답사의 원칙’을 정했다. 그 중에 하나가 ‘출발부터 도착까지’ 아이든 엄마든 대열을 이탈하지 말아야 하고, 질문을 통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답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원칙을 한번도 예외없이 적용했다. 그리고 효과적인 통솔에 소리가 큰 죽비가 큰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원칙대로의 엄격한 진행이 반응 훨씬 좋아

물론 처음에는 정위원도 이런 원칙에 철저한 답사가 잘 될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예상은 기우였다. 답사를 ‘느슨하고 자유롭게’ 진행할 때보다 ‘원칙대로 엄격하게’ 진행할 때 아이들과 엄마들의 반응이 훨씬 좋았다. 사랑의 죽비소리는 공부의 긴장감을 더 높여주었던 것. 그래서 그는 처음에 죽비의 효과가 없으면 다른 답사팀과 마찬가지로 느슨하고 자율적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예상 밖으로 호응이 높자 아예 답사의 원칙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의 답사진행의 독특한 ‘카리스마’는 이내 고양시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학부모들이 팀을 만들어왔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떠나는 답사팀(1개팀 40명)은 이렇게 해서 한두개 늘어나면서 14개팀이 됐다.
“특히 아이들의 호응이 높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4년간 답사를 다니는데, 자신의 꿈을 역사학자로 정한 아이도 생겨날 정도예요. 답사를 다녀온 아이들 중에는 벌써 대학생이 된 아이도 있어요. 그 아이들이 가끔 찾아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고양시 토박이인 그는 지금까지 고향을 떠난 적이 없다. 국민대 사학과를 나와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중이기도 한 그는 앞으로 고양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고양역사박물관’을 만드는 게 꿈이다. 계속되는 신도시 건설로 인해 역사유적과 유물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어 다른 지역보다 박물관이 더 절실한 실정이라는 것. 세대가 변하면서 고향과 함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옅어져가는 요즘에 그가 펼치고 있는 역사답사와 함께 교육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정동일표’역사답사 원칙
(1) 별보고 새벽에 출발해 별보고 밤에 돌아온다.
(2) 엄격하게 진행한다.
(3) 영어 사용을 금지하고 영어로 된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4) 식사때 밥을 남겨선 안된다.
(5) 답사길에서 어른들을 만나면 공손하게 인사한다.
(6) 지역에가면 특산물 먹는 체험을 한다.
(7) 동행한 엄마는 지방농산물을 사준다.
(8) 아이와 엄마는 함께 다녀서는 안되고, 개별행동을 해서도 안된다.
(9) 잘못을 하거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못하면 사랑의 매(죽비)를 맞는다.
(10) 선글라스나 우산을 쓰면 안된다.


〈글 최효찬·사진 정지윤기자 romacho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