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누구 위한 ‘조급증’인가/이광택 (공법학 교수) 컬럼

  • 06.03.20 / 박정석

[한겨레 2006-03-16 21:24]

[한겨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국민소득이 2% 늘어나고 중장기적으로 대미 수출은 12~17%, 일자리도 10만4천여개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 연구원의 이홍식 자유무역협정팀장은 이달 초 고용 증대 규모는 생산성 증대 효과를 고려할 때 67만4천명으로 예상돼, 생산성 효과를 감안하지 않았을 때의 10만4천명보다 훨씬 클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미국 업계 대표들은 지난 14일 미국무역대표부가 개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청회에 참석해, 수입품에 대한 관세 철폐 또는 인하, 간접적인 정부지원금 지급 및 규제 강화 등 비관세 장벽에 대한 철폐 등을 한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노총(AFL-CIO)의 관계자는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이 한국의 기준에 비해 극히 낮고 독립적인 노동자조직을 구성하거나 노동권을 행사할 권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한 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게 된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 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최근 자체 보고서를 통해 “국민적 논의 없이 급작스럽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일부 극단적인 자유무역 추진세력의 조급증이 있다”며 2% 국내총생산 성장과 10만명 고용창출도 계량분석을 통한 낙관론에 불과하고 오히려 산업간 고용이동에 따른 장기실업과 천문학적인 산업 구조조정 비용이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촌 인구 350만명 중 절반은 농촌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촌에서 7만~14만명 정도의 실직자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이는 경제통계상 농업노동자로 분류된 사람들만 계산한 결과이며 이들의 가족까지 고려하면 피해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전망된다.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농업 분야에 8조8천억원 가량의 피해를 안겨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농촌 양극화가 심해지고 농업부문 고용이 15만명에서 많게는 100만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멕시코는 1994년 미국·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체결한 이래 현재 43개국과 12개의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또한 지표상으로는 94년 1400억달러였던 무역 규모가 2003년에는 2.5배쯤 증가했다. 그러나 멕시코의 91년부터 2003년까지 경제성장률은 2.8%의 낮은 지표를 보이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90년 37.7에서 2002년 35.7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런 결과는 나프타 체결 이후 대대적 구조조정이 발생해, 미국시장 지향형 노동집약 생산기지로 멕시코 경제의 성격이 변화한 데 따른 것이다. 내수 제조업, 중소기업, 농업 등에서 대규모 도산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무역의 대미의존도는 80%로 치솟고 금융업의 90% 이상이 외국인 손으로 넘어갔다. 그사이 이 나라의 실업률은 9.7%에서 15.1%로 증가하고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60% 높아진 반면 실질임금은 최고 80%까지 떨어지는 등 양극화 심화 현상이 발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의 요구대로, 그리고 지금의 일정대로 체결된다면 우리 사회는 심각한 혼란 상태로 빠져들 것이 예상된다. 과연 이러한 결과를 낳을 우려가 큰 자유무역협정을 면밀하고 충분한 검토도 없이 지금 당장 맺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은 일부 경제주체들은 상당한 국제경쟁력과 부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수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며, 대다수의 산업과 기업, 노동자들은 퇴출과 도산, 그리고 실직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은 자명하다.

우리 정부는 협상이 개시되기 이전부터 미국이 협상 개시의 전제로 요구한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배출가스 기준 적용 유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의약품 약가 산정 기준 개선 등 네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주고 말았다.

결국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력 부족으로 말미암아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거의 미국의 요구대로 그 내용이 채워질 것이 우려된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협정, 즉 예외 품목이나 유예 조항이 거의 없는 협정이 맺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부터라도 협정 체결로 인한 시장개방의 예상 피해 집단들을 대상으로 국내 협상부터 착실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와 농민들로부터 오는 사회적 저항을 극복할 방법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들 집단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수단을 찾지 못한다면 자유무역협정 추진 방침 자체를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이광택 /국민대 교수·노동법

누구 위한 ‘조급증’인가/이광택 (공법학 교수) 컬럼

[한겨레 2006-03-16 21:24]

[한겨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국민소득이 2% 늘어나고 중장기적으로 대미 수출은 12~17%, 일자리도 10만4천여개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 연구원의 이홍식 자유무역협정팀장은 이달 초 고용 증대 규모는 생산성 증대 효과를 고려할 때 67만4천명으로 예상돼, 생산성 효과를 감안하지 않았을 때의 10만4천명보다 훨씬 클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미국 업계 대표들은 지난 14일 미국무역대표부가 개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청회에 참석해, 수입품에 대한 관세 철폐 또는 인하, 간접적인 정부지원금 지급 및 규제 강화 등 비관세 장벽에 대한 철폐 등을 한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노총(AFL-CIO)의 관계자는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이 한국의 기준에 비해 극히 낮고 독립적인 노동자조직을 구성하거나 노동권을 행사할 권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한 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게 된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 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최근 자체 보고서를 통해 “국민적 논의 없이 급작스럽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일부 극단적인 자유무역 추진세력의 조급증이 있다”며 2% 국내총생산 성장과 10만명 고용창출도 계량분석을 통한 낙관론에 불과하고 오히려 산업간 고용이동에 따른 장기실업과 천문학적인 산업 구조조정 비용이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촌 인구 350만명 중 절반은 농촌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촌에서 7만~14만명 정도의 실직자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이는 경제통계상 농업노동자로 분류된 사람들만 계산한 결과이며 이들의 가족까지 고려하면 피해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전망된다.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농업 분야에 8조8천억원 가량의 피해를 안겨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농촌 양극화가 심해지고 농업부문 고용이 15만명에서 많게는 100만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멕시코는 1994년 미국·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체결한 이래 현재 43개국과 12개의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또한 지표상으로는 94년 1400억달러였던 무역 규모가 2003년에는 2.5배쯤 증가했다. 그러나 멕시코의 91년부터 2003년까지 경제성장률은 2.8%의 낮은 지표를 보이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90년 37.7에서 2002년 35.7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런 결과는 나프타 체결 이후 대대적 구조조정이 발생해, 미국시장 지향형 노동집약 생산기지로 멕시코 경제의 성격이 변화한 데 따른 것이다. 내수 제조업, 중소기업, 농업 등에서 대규모 도산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무역의 대미의존도는 80%로 치솟고 금융업의 90% 이상이 외국인 손으로 넘어갔다. 그사이 이 나라의 실업률은 9.7%에서 15.1%로 증가하고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60% 높아진 반면 실질임금은 최고 80%까지 떨어지는 등 양극화 심화 현상이 발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의 요구대로, 그리고 지금의 일정대로 체결된다면 우리 사회는 심각한 혼란 상태로 빠져들 것이 예상된다. 과연 이러한 결과를 낳을 우려가 큰 자유무역협정을 면밀하고 충분한 검토도 없이 지금 당장 맺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은 일부 경제주체들은 상당한 국제경쟁력과 부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수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며, 대다수의 산업과 기업, 노동자들은 퇴출과 도산, 그리고 실직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은 자명하다.

우리 정부는 협상이 개시되기 이전부터 미국이 협상 개시의 전제로 요구한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배출가스 기준 적용 유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의약품 약가 산정 기준 개선 등 네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주고 말았다.

결국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력 부족으로 말미암아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거의 미국의 요구대로 그 내용이 채워질 것이 우려된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협정, 즉 예외 품목이나 유예 조항이 거의 없는 협정이 맺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부터라도 협정 체결로 인한 시장개방의 예상 피해 집단들을 대상으로 국내 협상부터 착실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와 농민들로부터 오는 사회적 저항을 극복할 방법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들 집단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수단을 찾지 못한다면 자유무역협정 추진 방침 자체를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이광택 /국민대 교수·노동법